그녀는 유독 석양이 질 무렵이면 두 눈이 공허해지면서 얼굴에 슬픔이 가득차 
곤 했다 거지들은 그럴 때면 모두 쉬쉬하면서 그녀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 
다 
어딘가 깊은 사연이 있는 소녀인 듯 했지만 이곳의 관례대로 아무도 그녀의 과거를 
캐물으려 들지는 않았다 
소연옥은 특히 백수범을 좋아하고 잘 따랐다 백수범도 그녀를 친누이동생처럼 보살 
펴 주었다 
소연옥은 두 눈에 부드러운 빛을 담고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백수범은 고개를 저 
으며 담담히 말했다 
"연옥 아직 괜찮다 며칠 더 입을 수도 있으니까" 
소연옥은 살포시 미소지으며 종용했다 
"벗으세요 제가 벗기기 전에요" 
그 말에 백수범은 가슴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이상 사양하지 않고 겉옷 
을 벗었다 
"고맙다 연옥 언제나 네게 고생만 시키는구나" 
소연옥의 두 눈이 문득 뜨거운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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