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이곳은 백수범에게는 매우 친숙한 곳이기도 했다 
백수범은 망연히 화월헌을 바라보았다 
방房 
지금 그가 보고 있는 한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화월헌으로 이르는 연못을 가로지른 목교木橋 앞에 서 있었다 
"그럼 공자님 천비는 물러가겠어요" 
청향은 공손히 인사하며 물러갔다 백수범은 한동안 화월헌을 바라보다 목교를 밟았 
다   
'언젠가 이 목교 위에 나란히 걸터 앉아 밤하늘을 보며 시詩를 주고 받은 적이 있 
었지 그때에 한월은 금琴을 뜯고 나는 소蕭를 불었지' 
백수범은 목교를 건너 화월헌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하나의 정청淨廳이었으며 바로 그 안에 설한월이 기거하는 처소가 있었다 
문 앞에 이르러 백수범은 내심 중얼거렸다 
'한월 반드시 오늘은 말하리라 괴로움은 잠시일 뿐 세월이 흐르면 상처도 아 
물겠지' 
이윽고 그는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그는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여인의 규방에 들어섰다 
방 안 탁자 위에 은은한 궁등이 놓여 있고 한 절세미녀絶美女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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