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서 눈빛이 부딪히자 선우는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차가울 것만 같았던 선우는 그녀의 눈빛 하나하나에도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
흐린 시야 앞에 선우의 얼굴이 다가오자 도하는 한순간 풀어졌던 눈매를 사납게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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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니 꽤 많이 마른 도하의 얼굴이 보여 선우는 천천히 그녀의 어깨부터 서서히 시선을 내려 이불을 꽉 쥐고 있는 가느다란 손가락까지 눈에 담았다.
"누가 함부로 들어오래."
도하의 적의가 가득한 목소리로 이를 악물고 얘기하자 선우는 허리를 곧게 폈다.
"노크를 했습니다만 대답이 없으셔서요."
"뭐?"
"오늘은 제가 일정이 있어서 늦었지만 내일부터는 오전에 깨워드릴겁니다."
"네가 뭔데 내 집에 들락날락하겠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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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꿈이길 바랬던 사람에게 끝나지 않을 악몽을 꾸게 해주겠다는 건지.
도하는 상기된 호흡을 거칠게 내쉬며 선우를 노려보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우는 서랍 위에 놓인 신경안정제와 진통제들을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이 약통에 꽂힌 것을 보니 나약함을 들킨 것 같아서 더 목소리를 높이는 도하.
"내 말 안 들려?"
"어제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요. 다시 전무님을 모시게 되었다고요."
"그러니까 누구 맘대로!"
"회장님 명령이십니다."
도하는 제 의지는 반영되지 않은 선우의 태도와 아버지의 명령에 인상을 구겼다.
예쁜 이마가 깊게 패고, 도톰한 입술이 삐뚤어지며 고른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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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망갈 땐 언제고...............'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졌던 선우였다.
잘 살라는 말 한마디 없이 도망쳤던 그가 뻔뻔스럽게 제 눈앞에 나타난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제 앞에 있는 사람의 익숙한 향기에 말을 듣지 않는 심장도 진절머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