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하균은 눈짓으로 앞의 여자를 가리켰고, 눈치가 빠른 현우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현우를 응시하던 여자의 눈에 아쉽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네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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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여자는 입술을 씰룩이곤 구두를 또각거리며 사라졌다.
"방금 그거 나 이용한 거 맞지."
현우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맞아."
"와, 뻔뻔한 거 보게."
현우는 정하균답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아무튼, 전에 너 한국 들어오고 가족식사 자리 때 이후론 오랜만이네. 회사일은 할 만 해? 잔 하나 더 주세요."
"회사일이, 할 만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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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균이 피식 웃으며 잔을 들었다.
"아, 내 질문이 잘못된 건가. 네가 회사 맡고 나서부터 그룹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나도 들었으니까."
현우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
그는 하균 만큼이나 경영에 관심이 없었고, 일찍이 의사의 길을 택했다.
어쩌면 가온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하균과 닮은 구석이 있는 사람이 그이기도 했다.
"뭐야. 천하의 정하균이 뭐 때문에 이렇게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건데."
현우의 물음에, 하균은 굳게 다문 입술을 천천히 뗐다.
"......형의 사고 때,"
술잔을 넘기던 현우가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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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구해 준 그 여자 말이야."
"이틀 날 한마디 말도 없이 바로 퇴원해 버린.. 그 어마어마한 여자는 갑자기 왜."
"찾았어."
"뭐라고? 언제? 어디서? 회장님께 알려야 하는 거 아니야?"
현우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하균이 그를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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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알아봐야 할 게 있어. 당분간 이 사실은 아무에게도 입 밖에 꺼내지마."
"뭐.... 네 뜻이 그렇다면."
현우는 전적으로 하균을 믿는 쪽이었다.
"그런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