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를 마친 하은이 잔기침을 몇 번 하며 집을 나섰다. 따사로워야 할 여름 햇살은 흐릿한 구름 사이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감기 기운이 있는 날엔 집에서 쉬는 게 최고지만, 오늘이 계절학기 마지막 날이라 그조차 여의치 않았다.


“콜록, 콜록.”


진짜 감기 들려나 보네. 하은이 바싹 마른 입술을 문지르며 부지런히 학교로 향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학교는 한산했다. 아침의 찬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휭 하니 불자, 뒤에서 걸어오던 커플 하나가 유난스러운 닭살을 떨며 그녀를 앞질러 갔다.


서로 부둥켜안은 채 ‘어머, 자기! 나 추워잉!’, ‘이리 와, 오빠 심장으로 덥혀줄 테니까!’라고 말하는 걸 뒤에서 혼자 보고 있자니 왠지 손끝에서부터 소름이 기어올라 왔다.


하은은 코를 훌쩍거리며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옆구리가 더 시릴 솔로를 위해선지, 학교 내부는 전부 통로로 이어져 있었다.


복도를 따라 걸어가던 하은은 무언가를 스치듯 보고 걸음을 딱 멈추었다.


슥슥슥,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취업 정보’ 게시판에 붙어 있는 구인 공고문이었다.


“S월드 동물원에서 사육사를 구합니다?”


하은은 <a href="https://www.ponte16.kr" target="_blank" title="우리카지노">우리카지노</a> 광고 문구를 따라 읽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S월드라는 동물원도 있었나? 그러고 보니 요즘 아침마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던데, 그게 새 동물원을 올리는 공사 소리였던 모양이다.


불과 며칠 전부터 들리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벌써 다 지어진 건가?


“사육사라…….”


사실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사육사가 꿈이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동물을 좋아한다는 데 있었다. 신기한 점은, 그녀가 동물을 좋아하는 만큼 동물도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집에만 가면 강아지든 고양이든 상관없이 그녀에게 껌딱지처럼 달라붙곤 했다.


일어나려 해도 떨어지지 않아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앞에 붙어 있는 사육사 구인 광고는 놀라울 정도로 시기적절했다.


조만간 자립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한 데다, 기회만 된다면 사육사라는 직업을 미리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원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이 안 적혀 있네.”


그녀가 아는 바에 의하면 낙농학과, 축산과와 같은 농업 관련 학과 전공이면 사육사 되기가 유리하고, 그게 없다면 적어도 축산 기사 같은 자격증이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