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도를 쓸 때, 앞자리가 1에서 2로 넘어가는 숫자가 어색했던 때가 있었다. 최첨단 시대에 살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 생각해보면 참 아득해 보였던 이천 년대.


세상은 세월을 흡수했고, 그만큼 내 나이도 달라져 있었다.






1999년 12월 31일 밤, 2000년 뉴 밀레니엄의 해를 맞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종로에 모였다.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이미 보신각 주변은 인산인해였고 차도는 사람이 다니는 인도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열두 시가 되기 직전, 사람들은 카운트다운을 세기 시작했고 십 초대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군중의 목소리는 더욱 고조되었다.


“맹, 새해 소원 얘기해 봐.”


고개조차 돌릴 수 없던 빼곡한 사람들 틈에서 등 뒤로 느껴지는 호재의 품은 따뜻했다.


여전히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의도치 않은 몸싸움에 나를 안고 있던 그의 팔에는 힘이 실렸다.


“야, 맹! 맹호재! 안 들려?”


함성인지 괴성인지 알 수 없는 시끄러움에 내 목소리가 묻혔다고 생각할 때쯤 전광판에 쓰여 있는 카운트는 숫자 5를 지나갔다. 그리고 4… 3… 2… 1.


“헤어지자, 우리야.”


“드디어 2000년도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뉴 밀레니엄의 시대가 밝았…….”


마이크를 잡은 MC의 멘트와 함께 터지는 폭죽 소리, 사람들의 함성, 세차게 출렁이는 인파의 대란 속에서 이별을 말하는 호재의 목소리는 충분히 묻힐 법도 했지만 내 귀를 뚫고 심장을 관통한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선명했다. 달콤하고 자상한 말투가 나를 더 슬프게 했다.


그것이 우리의 첫 번째 이별이었다, 열여덟 살 소년과 소녀의.






“어! 택배 차다. 어, 어 저기요! 잠시만요!”


아, 한발 늦었다. 길게 뻗은 우리의 팔이 먼저 마중 나갔지만 이미 시동을 걸고 떠난 차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혹여나 주문한 하이힐이 온 건 아닌지 택배를 기다렸던 우리였다. 매정한 택배 아저씨 같으니라고. 조금만 일찍 집에 도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그녀는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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